이데리움

그녀는 이미 오래 전에 흔적 없이 사라진 뒤일 것이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K는 기꺼이 영원히 잠드는 길을 택했을 것이었다. 사랑하는 인간의 삶만이 죽음 앞에서 안식을 맞을 수 있음을 신이 된 K는 깨닫고 있었다. K는 사랑에 빠진 인간들의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여전히 지독한 괴로움에 빠지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순간마다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창조한 신으로서의 자신의 한계에 대한 자괴감을 이겨낼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