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과 인내

지난 6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갖춘 일곱 번째 나라가 되었죠. 이런 쾌거를 이루기까지 수많은 고비가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가깝게는 3단 엔진 조기 연소로 아쉬움을 남긴 2021년 10월 1차 발사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이 같은 어려움을 만났을 때 절망하고 포기했다면,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에 실어, 우리 땅에서,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쏘아올리는 날은 영영 오지 않았을 겁니다.  누리호 발사는 국가적인 프로젝트지만, 한 사람의 커리어 패스로 범위를 좁혀 보아도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블루 오리진의 시스템 엔지니어인 벤저민 시치의 학부 첫 학기 평점은 2.4였습니다. 충분히 좌절할 만한 결과였음에도 그는 컴퓨터공학 전공을 포기하는 대신 꾸준한 인내 끝에 무사히 졸업한 것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윈도우 개발이라는 핵심 직무를 맡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호기심은 그를 안정적인 상황에 만족하게 내버려두지 않았고, 벤저민 시치는 항공우주공학으로 석사를 딴 뒤 나사로 자리를 옮겨 스페이스 프로그램 개발팀에 합류합니다. 그 결과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두 화성 탐사차, 큐리오시티Curiosity와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모두 화성 착륙에 성공하는 기쁨을 맛보았지요. 그는 이제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으로 이직해서 휴먼 랜딩 시스템 프로젝트에 몸담고 있습니다. 이 인상적인 이야기를 전하며 공학자이자 과학자인 권석준 작가는 말합니다. 과학자에게 중요한 것은 한 분야에서 인내하며 버텨낼 수 있는 힘이고, 그렇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호기심이라고요. 『호기심과 인내』라는 제목 아래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엮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 책에서는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이 학문 분야를 탐험하면서 조금씩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 유명한 과학자들이 좌절을 거듭하며 때로는 실패를, 때로는 영광을 맛보는 과정, 세기의 발견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착오였음이 밝혀지면서 허무한 결말을 맺는 과정, 혹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날 뻔했지만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는 일"들을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연구자로서의 삶은 어떤 모양인지 궁금한 분들, 무엇보다 과학기술 연구에 있어 '호기심과 인내'가 어떤 일을 해내는지 알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