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스핑크스

미래의 사막에서 펼쳐지는 두 연인의 이데올로기 전쟁  오늘날의 세계를 '고대'로 분류할 만큼 먼 미래. 골슘 부족이 터를 잡고 사는 콜만스코프 사막에는 시시때때로 '고스트'가 출몰해 부족민들을 학살한다. 골슘 부족의 일원인 가이아는 계속되는 고스트의 습격과 이웃 부족의 침략으로 함께 미래를 꿈꾸던 루니를 잃고, 새 연인 헤리샤를 만나 유리 사막을 떠돌며 인공지능이 탑재된 보석 '하이드라'를 찾아 헤맨다.  미래를 보는 헤리샤의 능력으로 마침내 하이드라를 손에 넣게 된 두 사람. 그러나 헤리샤는 하이드라를 든 채 가이아를 두고 혼자 웜홀을 통과한다. 도착한 곳에 공산주의자들의 왕국을 세운 그녀는 여왕이 되어 강력한 제국군을 편성한다. 제국군의 이름은 '크라스니 프리즈락'. 고대 러시아어로 '붉은 유령'이라는 뜻이다.  한편 가이아는 뜻하지 않게 파시스트들의 추대를 받아 그들의 허수아비 수장이 되었다. 20세기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정치 구호들이 끝없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왕좌에 갇힌 가이아의 머릿속에는 헤리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슈거 스핑크스』는 1933년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동명의 그림 「슈거 스핑크스」로부터 출발한 소설이다. 이 그림의 앞쪽에는 관객을 등지고 앉아 모래바람 이는 황량한 사막을 바라보는 달리의 아내 갈라가, 저 멀리 사막 한가운데에는 밀레의 「만종」을 연상케 하는 두 명의 고개 숙인 사람이 있다. 심재훈 작가는 꿈의 한 장면 같기도, 달리나 갈라의 내면 풍경 같기도 한 이 그림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데올로기 전쟁을 펼치는 와중에도 서로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헤리샤와 가이아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이야기한다. 21세기 작가가 20세기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어 그려낸 먼 미래의 이데올로기 전쟁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한때 연인이었으나 이제 적이 되어버린 가이아와 헤리샤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재회하며 그 결말에 점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