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여기 홀로 서서

낯선 섬 제주에서 카메라와 글로 담아낸 내면의 풍경들 친구를 만나는 날이면 이 술집, 저 술집을 돌며 밤을 새워야 직성이 풀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몸과 정신을 극한으로 몰며 일하고 나면 보상처럼 희열이 찾아오곤 하던 때였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끝까지 밀어붙여도 버틸 수 있던, 어쩌면 그래야만 버틸 수 있던 시기를 지난 삶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익숙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어제가 오늘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순간이 우리 모두에게는 반드시 찾아오는 걸까요.  『마침내 여기 홀로 서서』는 그렇지 않은 삶을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포토 에세이입니다. 몇 해 전, 오즈 작가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연고도 없는 제주로 향했습니다. 친구에게 산 소형 오토바이에 살림을 실은 채 서울부터 목포까지 열두 시간을 달렸고, 다음 날 아침 제주행 배에 올라 역대급이라는 태풍을 뚫고 당도한 애월의 한 구옥에 몸과 짐을 뉘였습니다. 사람 손때가 묻지 않은 애월 바다 곁에 지내며 근심 없는 삶을 찾았다고 안도한 것도 잠시, 깊은 밤 종종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존재의 기척은 그를 원치 않는 떠돌이 생활로 한동안 내몰았습니다. 결국 애월을 떠나 신흥리에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 꽤나 부침이 많은 여정이었지요.  그러나 그는 "변화의 가망이 없는 권태롭고 안전한 삶"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역동적이고 위험한 삶"을 택하는 종류의 사람입니다. "안전의 굴레"를 벗고 낯선 섬에서 혼자가 되어 맞이한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지금의 자신에게 꼭 맞는 습관들로 채워나가는 일은 때로 고독해도 꽤 만족스럽습니다. 자녀를 살뜰히 챙기면서도 그들 고유의 세계를 존중하는 법을 익히고, 본업인 번역 일에 집중하는 틈틈이 요리를 배우러 다닙니다. 물고기처럼 제멋대로 튀어오르는 잡념들과 기꺼이 함께 달리며, 행복한 가족의 얼굴로 남은 추억이 머물 자리를 마음 한편에 마련합니다. 그러는 동안 마주친 안팎의 풍경들을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으로 이 책에 담았습니다. 잿빛 돌섬처럼 홀로 선 자신에게 매일 한 걸음씩 더 다가가는 이 이야기를, '진짜 나'를 궁금해하는 모든 분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