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불안증 환자의 생존 기록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 늘 자식보다 남편을 택하는 어머니가 뒤얽힌 원가족과의 관계, 젊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몸과 맺는 복잡한 애증의 관계, 스스로 만들어놓은 '좋은 엄마' 상과 현실이 맺는 관계...  자신을 둘러싼 이 모든 관계 안에서 김수현 작가는 좌절했습니다. 현실의 '나'는 언제나 이상적인 관계에 대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그때마다 '또 다른 나'의 목소리가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었으니까요. 그 모든 좌절은 오랫동안 이름도 없이, 뿌옇게 떠도는 연기처럼 그의 가슴을 옥죄었습니다.  그러나 내면의 괴로움은 홀로 극복해야 한다는 심리적 장벽을 넘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막연했던 고통에는 '불안 강박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심리상담을 통해 아프고 취약한 부분을 조금 멀리서,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시와 비난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목소리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찍어누르는 듯한 가슴의 통증도 잦아들었고, 비로소 제대로 호흡하며 살아가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는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힘주어 나아간 시간의 기록입니다.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으나 그 실체를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는 이에게,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자꾸 주저앉고 마는 스스로가 미운 모든 분에게 이 조용하지만 치열한 기록이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