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띵작' 출판만화 다시 읽기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슬램덩크』의 대미를 장식하는 산왕전에서 등 부상을 당한 강백호는 자신을 벤치로 불러들인 안 감독에게 재투입을 요청하며 묻습니다. 그러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단언하죠. "난 지금입니다." 출판만화에도 영광의 시대라는 게 있다면, 아마 지금은 아닐 겁니다. 웹툰은 물론 OTT 서비스와 유튜브, 게임, SNS가 인간의 한정된 관심과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환경에서 종이에 인쇄된 흑백 만화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던 만화 대여점도, 출간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용돈을 모으게 하던 만화 잡지도 이제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 이불 속에 엎드려 본 만화들은 어른이 된 우리의 어딘가에 분명한 흔적을 남겼을 겁니다. 한 장 한 장을 아쉬워하며 얼마 안 남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인물들이 경험하는 사랑과 우정, 꿈과 삶이 손끝을 타고 마음 깊은 곳으로 전달되곤 했으니까요.  『이것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장르도 작가도 가리지 않고 몇만 권에 달하는 만화를 탐독해 온 문현 작가가 깊은 인상을 받은 출판만화를 소개하며, 그 작품들이 남긴 흔적을 즐거이 더듬어보는 책입니다. 작가는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온갖 지식의 대부분을 만화에서 얻었다면서도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단 한 가지,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때의 '재미'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화려한 작화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그림이 촌스럽거나 캐릭터가 낡았을지언정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하려는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간,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둔 작품들이 꼽혔지요.   같은 만화라 할지라도 90년대의 독자와 2020년대의 독자에게 다가가는 의미는 각기 다를 겁니다. 여전한 감동도, 삶의 경험이 쌓인 지금에야 이해되는 감정도 있을 테고요. 계속 읽히는 한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이 이야기들을 2024년의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