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
완순 씨, 남식 씨. 조아해 작가는 엄마와 아빠를 종종 그렇게 불렀습니다. 부모님에게 역할이 아닌 이름을 돌려주고 싶었고, 내심으로는 성인으로서 부모님과 동등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요. 그러나 지난 2019년 12월 6일부터 '남식 씨'라는 부름은 목적지를 잃고 공중에 흩어지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는 작가가 병원에서 아버지와 함께 보낸 스물다섯 날의 기록이자, 그보다 훨씬 길고 깊은 애도의 기록입니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어른이 되어 부모를 바라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나를 먹이고 입히며 단단히 머리를 땋아주던 두 손이 점점 힘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 그 기쁨과 슬픔에 대해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