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단어 변주곡

일상과 이상, 아끼다와 낭비하다, 인정하다와 부정하다. 이 세 쌍의 단어를 보고 여러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맞습니다. 이들은 서로 반대되는, 혹은 반대에 가까운 의미를 지닌 단어들입니다. 사전에서 뜻풀이를 찾아보면 이런 생각은 확신으로 굳어지지요. 그런데, 정말 꼭 그렇기만 한 걸까요?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조금 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황에 대입해 보면 혹시 이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게 되지는 않을까요? 그러고 나면 우리의 일상에서도 지금껏 당연히 여겨온 것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것은 귀찮은 작업입니다.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는 게, 사전에 적힌 정의를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게 인생을 사는 조금 더 쉬운 방법입니다. 사전의 권위에 도전하면 반격을 받게 마련이고,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불협단어 변주곡』의 신비 작가는 그러나 이 성가신 일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단어들을 끌고 와 한 방향으로 모으거나, 의심받지 않고 한 덩이로 붙어 다니던 단어들을 날카롭게 베어내어 사회적 이슈와 개인적 경험에 적용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제안합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던 단어들로 변주곡을 만들었으니 이 새로운 음악을 함께 들어보자고요. 귀에 익지 않은 화음이 처음에는 거슬릴 수 있지만, 결국은 우리의 일상과 세계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