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필요한 시간

티켓을 끊고 상영관 안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나면 장내는 곧 어두워집니다. 스크린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작은 소음과 움직임에도 민감합니다. 주변이 최대한 조용하기를, 불필요한 빛이 새어들지 않기를 원합니다. 우리의 눈동자는 이제 말없이 화면의 움직임을 좇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일종의 꿈입니다.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을 가만히 겪어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꿈의 재료는 충족되지 못한 소망과 낮의 잔상이 아니냐고요? 영화는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나요? 이해할 수 없는 꿈의 가면을 하나씩 벗기다 보면 언젠가는 그 맨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저 웃겨서,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가 멋있어서 혹은 카메라가 비추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선택한 영화일지라도 가만히, 오래 곱씹어 보면 작은 조각이나마 나와 맞닿는 부분을 발견하게 마련입니다. 『영화가 필요한 시간』에서 김형욱 작가는 서른 편의 영화―혹은 드라마―를 리뷰하며 그 자신의 삶을, 그리고 세상을 만납니다. '인생 영화'나 '세기의 걸작'이어서가 아닙니다. 이 영화들이 다루는 가족과 사회에 우리가 속해있고, 그들이 말하는 연대를 우리가 필요로 하며, 그 모든 고통과 전쟁, 드라마에 우리가 취약한 채 내맡겨지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우리 인생에 영화가 필요한 때가 한 번은 온다고요. 그날이 찾아왔을 때 이 책이 당신의 다정한 동반자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