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띄우는 편지

유난히 몸에 남는 여행이 있습니다. 똑같이 돈을 모으고 시간을 내어 다녀왔는데, 어떤 장소는 빛 번진 사진처럼 흐릿한 반면 희미한 공기 냄새만으로도 순식간에 그날, 그곳으로 돌아간 기분에 휩싸이는 여행지도 있지요. 김미정 작가에게는 이집트가 바로 그런 장소입니다. 가까운 친구를 멀리 떠나보내고 마음이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 과감히 택한 이집트행은 단순한 해외여행이나 기분 전환 이상의 의미가 되어주었습니다.  오랜 시간 역사 교사로 일했던 작가는 눈앞을 스치는 풍경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집트 전문가인 인솔자의 설명을 들을 때면 모든 감각을 열어 고대 이집트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잠들어 있던 조각상들이 기지개를 켜는 선물 같은 환영에 몸을 맡기기도 하지요. 신과 파라오의 이야기는 종교와 권력 전반에 대한 사유로, 또 부모와 자식 간, 부부간의 사랑에 대한 애틋한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이집트에서 띄우는 편지』는 이 모든 경험을 꾹꾹 눌러 담은 여행기이자 갑작스레 곁을 떠난 친구 T에게 부치는 편지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팽개치고 싶었던 삶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기로 했는지' 나름대로 찾은 답을 나누고 싶어 펜을 들었다고, 우연히 편지 꾸러미를 받아든 독자 한 분 한 분이 작가의 새로운 친구이자 편지의 진정한 주인이 될 거라고요. 지극히 사적인 동시에 무한히 보편적인 이 편지를, 이제 조심스레 열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