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남이지만 고기를 좋아합니다

​초식동물처럼 온화하고 섬세한 남자. 초식남의 정의입니다. 문자 그대로 풀만 먹는 남자를 뜻하는 건 아니라지만, '초식남' 하면 샐러드나 두부 요리를 정갈하게 차려 먹는 사람이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입니다. 복스럽게 갈비를 뜯고 큼지막한 쌈을 입에 넣는 모습보다는 말이지요. 반대로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한 손에는 고깃덩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술을 항아리째 마시는 마초"를 상상하게 되고요. 그러나 우리에겐 적어도 하나의 예외가 있으니, 바로 『초식남이지만 고기를 좋아합니다』의 변준수 작가입니다. 변준수 작가는 이 책에서 초식남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합니다. 집게 든 자의 고기 굽는 방법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굽부심'을 부리기도, 육고기와 생선회가 내는 고유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하지요. 순대나 쌈 같은 고기 요리의 유래를 탐구하는 것은 물론 고기를 탐닉하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고민합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시선 닿지 않는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기를 먹고자 하는 욕망과 환경 문제, 고통받는 동물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를요. '우울할 땐 고기 앞으로'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분, 지긋지긋한 코로나19가 물러가면 친구들과 고깃집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분, 줄여야지 하면서도 고기반찬 없는 날엔 짜증이 나는 분, 남의 살을 취해 내 살로 바꾸는 일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분이라면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 이 책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