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함께 걸어요

업계 최고의 직장을 뒤로하고 어마어마한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외국에 살기로 결정하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자유로운 생활? 원대한 꿈? 모두 그럴듯한 답이지만, 『자폐, 함께 걸어요』를 쓴 김솔 작가의 이유와는 거리가 멉니다. 작가가 한국은행을 그만두고 지원받은 MBA 학자금까지 떠안으면서 미국에 남기로 한 건, 오로지 아들에게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죠. 김솔 작가의 아들 태민이는 자폐 아동입니다. 눈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는 모두 타봐야 하고,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기보다는 메아리처럼 질문자의 말을 돌려줄 때가 많죠. 미국에서라고 자폐 아동을 양육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아니, 김솔 작가의 입장에서는 이민 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적어도 "부모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혹은 "저런 아이를 왜 데리고 나오냐" 같은 수군거림을 듣지 않습니다. 보다 폭넓은 교육과 치료의 기회도 열려 있지요. 김솔 작가 가족이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에 남기로 결심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김솔 작가는 말합니다. 하루하루가 도전이자 고난이지만 그럼에도 태민이가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고, 훌륭한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요. 그래서 아이를 직접 가르치며 얻은 노하우, 미국 치료사들의 팁, 효과 좋은 교구 등 작가 자신과 아내가 발로 뛰며 얻은 정보들을 이 책에서 나누기로 했습니다. 자폐 아동 치료와 돌봄으로 허덕이며 세간의 편견과도 싸워야 하는 모든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