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스물둘

'슈퍼 테이스터'를 아시나요? 혀 표면에 미뢰가 많아 일반인보다 맛을 강렬하게 느끼는 슈퍼 테이스터들은 쓴맛에 특히 민감하며, 단맛은 더 달게, 짠맛은 더 짜게 느낍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요리에 소량 사용된 재료를 알아채기도 하고, 남들은 맛있다는 음식이 이들에겐 고통스러운 맛으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청춘기를 지나는 이들은 어쩌면 슈퍼 테이스터와 비슷한 수준의 감각적-정서적 경험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과 분노, 기쁨과 사랑을 괴로울 만큼 강렬하게 체험하는 것은 물론, 다 자란 몸과 아직 굳은살이 박이지 않은 마음 사이에 충돌이 잦은 시기이니까요. 『겨우 스물둘』의 신지수 작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성인이 된 후 2년 남짓을 보내는 동안, 학년 수석을 차지할 만큼 치열하게 살다가도 기숙사 방에 출현한 벌레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거나 친구들의 말 한마디로 깊은 고민에 빠지곤 했죠. 관심과 사랑을 원하지만 진실한 마음을 전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성적에 대해 극도의 불안을 느끼면서도 엉뚱한 순간에 오만해지는 자신의 모순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죠. 다행히 작가는 증상과 원인을 제대로 마주하고 꼼꼼히 기록해 우리 앞에 내놓았습니다. 일기만큼 솔직한 『겨우 스물둘』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말대로) 청춘은 확실히 아프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 강렬하게 느끼기에 감지할 수 있는 그 시기만의 행복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요. 갓 성인이 된 독자들에게는 공감을, 그 시기를 지나온 이들에게는 잔잔한 미소를 안겨줄 신지수 작가의 스물둘. 지금부터 함께 들춰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