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나를 발견하다

이샘 작가는 15년 전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습니다. 탈북 후 중국에서 숨어지낸 지 10년, 4개국을 돌고 돌아 남한에 입국했지요. 신분증을 받아든 날에는 자신을 받아준 이 나라가 고마워서 울었습니다. "더 이상 죄인도, 불법체류자도 아니"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통일은 언제쯤 될 것 같아요?" "이번 사태 어떻게 생각해요?" "저 하나 살겠다고 부모를 버리고 나왔어?" 쏟아지는 질문들은 그 의도가 무언지 알기 어려웠고, 배운 적 없는 자유와 낯선 사회적 규약들이 그를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아무것도 선택해 본 적이 없었으니,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긴 어둠의 시간이 필요했지요. 『탈북자 나를 발견하다』는 개인 없는 사회의 일원이었던 작가가, 자신의 이름으로 존재할 수 없었던 중국 생활을 거쳐 개인의 선택과 능력을 강조하는 남한 사회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목숨 걸고 압록강을 건넜고, 3천 원에 팔려 낯모르는 사내의 아내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명에서 버려진 인간이 며칠 만에 짐승이 되는지 관찰"하며 혹독한 감옥 생활도 겪어냈지요. 남한에 온 뒤로는 '게으른 탈북자'란 프레임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오래 떠도는 동시에 물리적·정신적 감옥에 갇혀 지내던 그는 몰랐던 자신을 찬찬히 발견했고, 끝내 무거운 문을 밀고 나와 세상 앞에 섰습니다. 이 책은 쉽게 던져진 질문 앞에 어렵게 내놓은 대답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 어디서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고달픔과 자신을 찾는 기쁨을 차례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 긴 대답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스크린 너머의 막연한 이미지만 갖고 계셨던 분, 사회가 만든 프레임 안에서 희미해지는 '나'를 찾고 싶은 분들께 새로운 경험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