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
강전욱 시인의 『파수』는 북이오 에디션 시리즈의 첫 번째 시집입니다. 강전욱 시인은 2019년 문예지 《시와반시》 소시집 공모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 4월 첫 시집 『우리는 함께 이 소설을 이겨 내기로 했다』를 출간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이 소설을 이겨 내기로 했다』가 밀실에 유폐된 자의 운명과 고통, 자아에 대한 시적 탐구를 담고 있다면, 『파수』에서는 육체적 장애의 한계를 의식하는 화자의 정신이 도시와 연인, 일상 사이를 부유하며 분열된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화자의 정신은 때로 곁에 놓인 사물-인물-존재에 씌어, 서로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지요. 두 개의 주어가 관습적으로 함께 쓰여온 서술어를 맞바꾸는 몇몇 시행에서 이러한 성격은 특히 잘 드러납니다. 시의 배경 역시 어딘가 비틀리고 뒤집힌 세계를 그려냅니다. 『파수』 속 세계는 허구와 실재,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동시에 나름의 질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세계에서 "아버지의 흐느낌"이라는 폭죽은 "땅속 깊은 곳으로 피어오르"지요. 이렇게 의도적으로 전용된 시어와 문장들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을 비일상의 시선으로, 바로 선 것을 거꾸로 뒤집어서 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