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 프리즘
초강력 태풍 마이삭이 올라오던 그해 여름, 나는 육지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왔다. 딱히 정리랄 것도 없었다. 버리고 떠나면 그만이었다. 사십여 년 전 국민학교 시절에 종이로 만든 지갑, 중학생 때 원고지에 썼던 글, 고등학교 성적표, 빛바랜 사진들이 담긴 누런 앨
초강력 태풍 마이삭이 올라오던 그해 여름, 나는 육지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왔다. 딱히 정리랄 것도 없었다. 버리고 떠나면 그만이었다. 사십여 년 전 국민학교 시절에 종이로 만든 지갑, 중학생 때 원고지에 썼던 글, 고등학교 성적표, 빛바랜 사진들이 담긴 누런 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