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마치 제대로 된 목표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그 자리에 이르렀다는 말처럼 들린다. 특별한 비법을 기대하고 묻는 사람으로선 맥이 풀릴 만한 대답이다. 그러나 그건 자기 비하도 겸손도 아니다. 목표를 정해 놓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다 보니 방향성이 생겨서 삶의 잔가지를 정리하고 한 그루 오롯한 나무로 성장한 사람도 있다. 대학 때 전공과도 다르고, 어려서부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길로 접어들어 뜻밖의 재미를 발견하고 성실하게 가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